폭염 속 맨홀 사고 …도시 안전 경고등이 켜졌다
2025년 7월 말,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 기록적인 폭염이 연일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충격적인 사고가 발생했다. 한 작업자가 맨홀 내부에서 질식사로 숨지는 사건이 보도되며 시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이번 사고는 단순한 작업장 안전 문제가 아니라, 폭염이 도시 인프라와 시민 안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다. 우리 사회는 이제 단순히 더위에 적응하는 것을 넘어, 극한 기후에서의 근로 환경과 도시 안전을 다시 점검해야 하는 시점에 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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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과 밀폐 공간, 생명을 위협하는 치명적 조합
사건은 서울 도심의 한 도로에서 진행되던 하수도 정비 작업 중 발생했다. 낮 기온이 37도를 넘긴 날, 50대 근로자가 작업 중 맨홀 내부에서 갑작스럽게 의식을 잃고 쓰러진 채 발견됐다.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결국 사망 판정을 받았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고온 다습한 밀폐 공간에서의 산소 결핍과 열사병 증상 동시 발생을 지적하고 있다. 맨홀 내부는 지상보다 기온이 10도 이상 높을 수 있으며, 환기가 어려워 산소 농도가 낮아지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환경에서의 작업은 단 몇 분만에 생명에 위협이 될 수 있으며, 실제로 매년 여름 유사한 사고가 반복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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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 수칙은 있었지만, 현장은 준비되지 않았다
서울시는 매년 여름철 폭염 대응 지침을 마련하고 있으며, 공공시설물 작업 시 온열질환 예방을 위한 점검 및 교육을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사고에서는 기본적인 산소 농도 측정, 보호장비 착용 여부 등이 제대로 지켜졌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현장 근로자들은 시간에 쫓겨 작업을 강행하거나, 폭염에도 냉방 장비 없이 맨홀에 들어가야 했다는 증언도 이어졌다. 맨홀 내부는 환기장치가 없거나 열기가 빠져나가지 않는 구조적 문제가 있어, 지침만으로는 사고를 막기에 한계가 있다. 무엇보다 사전 리스크 평가와 현장 감독 강화, 장비 현대화가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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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사고, 기후 변화 시대의 인프라 점검이 시급하다
이번 질식사고는 단순한 ‘작업 중 사망’이라는 범주를 넘어, 도시 인프라의 한계와 기후 대응 실패를 경고하는 신호다.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는 점점 더 극단적인 기온 변화를 경험하고 있으며, 기존 시설과 작업 시스템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맨홀, 지하도, 전기설비 등 열이 축적되기 쉬운 공간은 철저한 사전 점검이 필수이며, 작업자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스마트 안전 모니터링 시스템 도입도 필요하다. 아울러 근로자 중심의 폭염 대응 매뉴얼 정비, 시민 대상 안전 교육 확대 등도 병행되어야 한다. 더 이상 폭염은 예외적인 기상이변이 아니라, 매년 반복되는 새로운 일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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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시대의 새로운 안전 기준이 필요하다
서울 맨홀 질식사고는 단순한 산업재해가 아니다. 점점 더 극한으로 치닫는 폭염 속에서, 우리가 일하고 생활하는 공간의 안전기준은 철저히 재정립되어야 한다. 매년 여름마다 반복되는 안타까운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제도 개선은 물론이고, 기술적 보완, 현장 인식의 변화까지 모두 필요하다. 더 늦기 전에, 폭염 속에서 안전하게 살아남는 도시를 만들기 위한 전방위적인 대응이 절실하다. 생명을 위협하는 더위에 맞서, 지금이 바로 변화의 시작점이 되어야 한다.